한 공중파 TV에서는 가면 속 스타들이 목소리만으로 실력을 평가받는 프로그램을 방영 중이다. 이렇듯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얼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진다. 가면의 역사는 매우 오래 되었는데, 그 시작은 신석기시대인 B.C 7,000년 경 돌로 만들어진 가면으로 알려져 있다.
익명성 속 작은 일탈
세계 가면놀이 중 역사와 규모 면에서 손꼽히는 베네치아 카니발. 카니발을 대표하는 행사가 ‘아름다운 가면 경연대회’다. 매년 1월 말과 2월 사이 시작해 사순절 전까지 진행되는 10여 일 동안 광대, 황제 등 각양각색의 화려한 가면과 복장을 한 사람들이 베네치아를 이리저리 활보하고 다닌다.
가면 축제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데, 1204년 베네치아의 수장 엔리코 단돌로가 십자군 원정을 통해 점령한 콘스탄티노플에서 베일을 쓴 이슬람 여인들을 데려오면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언급된다.
가난한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있는 동안 잠시 다른 사람이 되어 마음껏 즐기고, 생활고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익명성이 범죄로 이어지는 등 사회적 문제가 돼, 가면을 착용할 수 있는 시간이나 장소를 법으로 정하기도 했다.
괴테는 베네치아 카니발을 본 후 “모두들 서로 가까워지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든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서로 간의 무례함이나 자유분방함도 전체적인 쾌활한 분위기로 인해 균형을 유지한다.”고 이탈리아 기행에 기록했다.
_화려한 가면과 복장을 하고 베네치아 카니발을 즐기고있는 모습
알고 보면 더 흥미로운 색
영화 ‘패왕별희’의 경극 분장과 의상은 스크린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도록 강렬했다. 수도 베이징에서 발전하였다 하여 경극(京劇)이라고 부르고, ‘베이징 오페라(Peking Opera)’라고도 한다.
다양한 전통극의 형식적 요소를 채택한 경극은 19세기 중반에 등장했다. 서민들이 처음으로 만들었으나 이후에는 황실 지원을 바탕으로 큰 발전을 이루었다. 1980년대 이후 잃어버린 전통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시도되었고,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노래, 대사, 동작, 무술의 4가지 요소가 버무려진 종합 예술 경극은 무대 배경이나 소품은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반면에 의상은 대단히 화려하고, 분장(臉譜, 검보) 또한 과장되면서도 섬세하다. 경극의 분장에 사용된 다양한 색상을 통해 관객은 배역의 성격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홍색을 사용한 인물은 주로 정직하고 충성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백색은 깨끗하고 순수한 이미지로 생각되기 쉽지만 경극에서는 오히려 불길, 불행, 간사함 등을 나타낸다. 반대로 흑색은 정직하고 성실한 모습을 상징한다.
_영화 '패왕별희'에서의 분장과 의상
선으로 표현하는 캐릭터
가부키는 ‘춤을 추다, 기발한 옷차림을 하다’라는 뜻의 ‘가부쿠(かぶく)’에서 비롯되었다. 에도시대 초기 매우 화려하거나 특이한 의상을 입는 것이 유행했는데, 이런 사람을 ‘가부키모노’라 불렀다. 무녀인 이즈모노 오쿠니는 당시 유행하던 노래에 가부키모노의 복장과 무용을 결합해 새로운 형식의 예술인 가부키를 만들었다.
초기에 가부키 배우는 천민으로 분류되어 차별 받았지만, 오늘날 아이돌에 버금가는 큰 인기를 얻게 되면서 가업으로까지 이어지는 권위 있는 직업이 되었다. 일본 사회에서 가부키 가문은 높은 지위의 명문가로 분류된다.
배우들은 배역 성격이나 표정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직접 독특한 분장을 하는데, 이를 ‘쿠마도리(隈取)’라고 한다. 먼저 얼굴 전체에 하얗게 분칠하고 다양한 색의 선을 그린다. 붉은색은 선한 역할, 검정색과 푸른색은 악역이며, 갈색은 요괴를 상징하는데 선이 많을수록 다혈질적이다.
공연이 끝나면 쿠마도리 상태의 얼굴을 종이에 찍어 ‘오시쿠마(押隈)’라는 기념품을 만들기도 한다. 서명을 함께 넣어 후원자나 VIP에게 선물로 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재는 배우가 기념으로 소장하는 경우도 많다.
_가부키분장을 하고 연기를 하고있는 모습